출처 :http://han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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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허구, 전기를 절약하자고요? | ||||||
‘1인당 전력소모’와 ‘1인당 가정용 전력소모’의 차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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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력난이니 전력수급 위기니 하며 난리다. 급기야 21일자로 소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사실 싸이렌 울리며 개시되는 민방위 훈련이라는 것이 지난 세기의 유물과 같은 것이기는 하나 정전대비 훈련이라니 지금이 1970년대인지 2012년인지 아리송하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타국과의 비교 통계를 토대로 ‘전기절약’이 시급한 문제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와 기고 등을 가지고 통계들을 살펴 보자. 국제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2009년 기준으로 1인당 8479 KWh(시간당 킬로와트)를 소비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이웃 일본의 6739를 웃돌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이 5천~7천 KWh를 소비하는 것 이상의 수치로 나타난다. 이런 통계자료를 토대로 정부 관료와 일부 언론, 공기업 관계자 등은 각 가정의 ‘전기절약’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전기요금 현실화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란 무엇인고 하니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말이다. 아래는 매일경제신문에 정부 기관 관계자가 기고한 글의 일부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 영국 독일보다 높으며, OECD 국가 평균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석탄 석유 LNG 등 국제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들 원료를 수입해 생산하는 전기는 원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제한해 왔다” “가격을 자유화한 등유 소비는 오히려 감소해 왔으나 전기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아울러 난방 등에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비효율적 소비가 만연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저소비는 선택이 아닌 녹색성장을 위한 기본 전제임에도 우리나라는 전력소비 증가로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CO₂배출 증가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기고문도 그렇지만 정부는 전력소비량과 전기요금 등에 대해 완전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료를 의도에 맞게 가공하고 취사선택하고 있다. 시민이 에어컨을 끄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공기업 및 주요 사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체들은 ‘1인당 전력사용량 국제비교’를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것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력난’이 일반 시민의 탓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보다 적절한 수치는 따로 있다.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 통계’가 그것이다. OECD는 다행히(?)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 통계를 국가별로 내고 있다. 2007년 OECD 자료에 따르면, 국가별 1인당 전력소비량(단위 kWh)은 한국이 7691, 미국이 12417, 일본이 7678, 프랑스가 6803, 독일이 6385로 나타난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국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선진국 일본. 프랑스,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을 비교하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1088, 미국은 4508, 일본은 2189, 프랑스는 2326, 캐나다는 4522로 나타난다. 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느냐 하면 한국은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이 OECD 국가들 중 아주 낮은 수준이라는 말이다. 2007년 기준이라 지금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나 이 ‘순위’ 자체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일본과 유럽의 절반 정도, 미국의 1/4 정도가 된다. OECD 국가 중에는 가장 낮은 축에 든다. 전체 전력소비량 대비 가정용 소비량의 비율도 당연히 낮은 수준이다. 이 이야기는 산업용/공공용/농업용 소비량의 비중이 타국 대비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1인당’이 아닌 ‘1인당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국가들 중 국민소득 대비 높은 편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을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평균을 내어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혀 싼 편이 아니며, 전기요금이 낮은 것 처럼 보이게 하는 마술은 용도구분 없이 획일적인 평균 수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숫자놀음이 의미하는 것은, 실제로는 전력난이 전혀 일반 시민의 탓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어도 ‘전력난’은 산업용 전기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아니,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소비량 증가에 발맞추어 전력 수급량을 예측하고 생산량을 증대시키지 못한 한전과 정부의 책임이다. 또한 한전은 일부 대기업에 전기를 그야말로 ‘퍼주고’ 있으며 그만큼의 손실을 일반 시민이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자로 공개된 ‘2011년도 산업용 전력 원가보상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느라 한국전력이 입은 손실이 7792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은 삼성전자로 할인 규모가 3140억원이다. 상위 20개 기업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739억2800만 킬로와트(KWh)로 전체 산업용 전력 사용량 2514억9000만 KWh의 30%였다. 전력소비량에서 개인과 가정의 비중은 낮은데도 한전이 대기업에 전기를 퍼주느라 생긴 적자와 전력난을 “절약으로 극복하자”는 캠페인만이 가득하다. 정부와 공기업의 위기대응 부실과 전략 부재에 대한 책임론은 없다. 전력수급 위기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들은 그저 절전, 절전 뿐으로 전력 추가수급을 위한 기술적인 방안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슬금슬금 흘리고 있는데 “평균 18%올려야 되지만 13.1%만 올리겠다”는 식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기요금 상승폭을 보면 2007년 2.1%, 2008년 4.5%, 2009년 3.9%, 2010년 3.5%, 2011년 9.6% 인상됐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19일자 자료에 의하면 전기요금이 1%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4600억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수천억원대 적자를 전기요금 상승으로 때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사대강 사업 비용을 상수도요금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런저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고 위기의식을 조장해 성금을 걷느니 금모으기를 하느니 하고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를 털며 단기적인 미봉책만을 내놓는 것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어 여전히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 대기업의 “호구 노릇”을 하고 있으니 참 불쌍한 국민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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