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다닌다… 업무상 사람은 만난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싫다 남이 날 비웃지 않을까 두렵고… 힘들게 어울리느니 혼자가 편하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평론가 A씨. 대학교수인 그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사다. 그런데 막상 A씨와 친하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바쁜 줄로만 알았는데,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내주질 않는다"는 게 주변 반응. A씨는 한 지인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상대방 앞에서 어쩔 줄 모르겠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늘 '약속이 있다'고 둘러대고 사적으론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올 초 한 케이블 방송사 제작진이 서울 소격동의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이들은 주로 '은둔형 외톨이'를 치료하는 여인중(51) 전문의에게 인기가수 B씨의 치료과정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했다. 이 기획은 B씨의 거절로 무산됐다. 여씨는 "제작진이 B씨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음반이 나오면 바쁜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지만, 한때 일이 없으면 사람을 잘 만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평론가 A씨, 가수 B씨는 사교활동에 나서진 않아도 멀쩡하게 직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은둔형 외톨이(정신장애 없이 6개월 이상 방에 틀어박힌 사람)'는 아니다. 대외적으론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여씨가 말했다. "이를테면 '활동형 외톨이'에 속하는 거죠."
나를 좋아할지, 비웃을지 걱정되고 두렵다
여씨는 "활동형 외톨이는 일반적인 30~40대 대인공포증 환자와는 좀 다르다"고 했다. "대인공포 환자는 '특정 상황'을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직책이 올라가니 높은 사람 앞에서 연설이나 발표할 기회가 많아 괴롭다'는 투자회사 임원, 경찰서장, 광고인이 있었지요. 평상시 대인관계에는 능숙한 이들도 어떤 상황에서 '떨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하다 보니 진땀을 흘리고 바들바들 떨리는 증상을 겪습니다."
'활동형 외톨이'는 일상적 인간관계를 불편해한다. 평소엔 속으로 '상대가 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소심·불안·초조 증세로 괴로워하지만, 직장에서 일은 제대로 해낸다. 여씨는 "이런 활동형 외톨이는 자존심 때문에 주변에 고민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미국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도 비슷한 증세를 밝힌 적이 있다. 지난 7일 미국의 한 연예매체는 "저스틴이 유쾌한 겉모습과는 달리 사람들과의 만남을 불편해한다"고 보도했다. 사람 많은 헬스클럽은 부끄러워 가지 못하고, 말주변이 없어 늘 주눅이 들어 있으며, "말을 할 때 상대방을 재미없게 만들기 때문에 대화가 힘들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일상생활은 하면서도 특히 인간관계에 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병(病)'의 영역, 즉 '사회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본인이 얼마나 고통을 느끼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사실 낯을 가리는 건 정상인 모두가 가진 심리예요. 요즘 사람들은 남에게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잖아요. 특히 늘 타인에게 노출이 되어 있는 연예인은 실제로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 편이고요."
일본 내각부는 지난 7월 일본 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현황을 발표하면서 밖에 나가서 취미생활 등의 활동을 하는 외톨이가 47만명이라고 밝혔다. 은둔형 외톨이(23만명)의 두 배다. 잠재군까지 합치면 외톨이 규모는 155만명에 이른다고 했다.
'알고 보면 외톨이'… 이중적 인간관계 가능한 세상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29) 대리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점심식사는 혼자 샌드위치로 때우거나 거른다. 회식은 불참. 회사에선 업무상 꼭 필요한 말만 주고받고, 남는 시간엔 인터넷 쇼핑이나 영어공부를 한다. 그의 취미는 명품 옷을 사는 것이다. 이렇게 지낸 지 3년이 넘었다.
동료들이 대놓고 "저 사람 혼자 '학원' 다니는 것 같다"며 태도를 지적하거나 "원래 뻔뻔한 사람이니 그냥 '섬'처럼 내버려두자"고 해도 변화가 없다. 김씨는 "언제부턴가 다들 나를 싫어하는 것 같고, 굳이 힘들게 어울리느니 혼자로 지내는 게 낫다"고 했다.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웬만해서는 '잘리는 일'이 없는 곳이다.
하지현 교수는 "이제는 원치 않으면 개인적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아도 직장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에선 도쿄대학교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밥을 먹는 학생들이 등장해 이슈가 된 적도 있어요. 사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많아요."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요즘 인간관계는 '이중적 태도'가 더욱 강해졌다"며 "사무적인 관계는 수용하지만, 정서적인 유대는 거부하는 활동형 외톨이나 연예인의 우울증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산업사회 이후 인간은 개인화·고립화되었지요. 한편으론 '친밀감'이 중요한 욕구로 자리 잡았어요. 최근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로움'을 채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아주 깊은 관계'가 되는 건 꺼려요. 보통 '얕고 느슨한 관계(weak tie)'를 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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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회사는 다니고 업무적으로 사람 만나고 대화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하지만 이게 전부에요.
회사에 저처럼 말은 부서 사람들하고만 가끔 하고, 점심이나 퇴근후 약속 하나없이 회사 다니는 사람은 아무리봐도
저밖에 없는거같아요. ㅠㅠ
저도 두루두루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싶은데......., 그게 안되니
요즘 너무 우울합니다 ㅠㅠㅠ
하지만 더 힘든건 주변의 시선(왜 회사에 친한사람이 하나도 없어?)도 내색은 안하지만
저를 가끔 참 초라하게 만들더라구요.
부서장님도 어차피 일이야 다 비슷비슷하게 하니
친화력좋고 인기많은 부하직원을 더 좋게 평가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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